stroll/seoul


여유로운 서촌길 한 켠, 담백한 수제 일본식 가정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

누하의 숲 ヌハの森



┃ 섬으로부터의 외출

해피밀 마리오 1차 대란에서 승리한 나와 달리,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서울의 h는 시무룩했다.
어쩌다보니 섬에선 뒤늦게라도 구할 수 있었던 2종을 구매대행(?)하여 전달하기로 한 것이 몇 주 전이었고, 다행히 서울에 돌아갈 일이 생겨 전달도 할 겸, 올해 첫 대면을 할 약속을 했다.

장소는 몇 달 새에 집 바로 뒷골목까지 택시가 들어올 정도로 핫해진 나의 서촌. 나로서도 오랜만에 돌아온 것이었고, 시험 공부를 시작하여 집-독서실을 반복하고 있는 h에게도 정말 간만의 외출. 다행히 날씨가 참 좋았던 그 날, 우리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sis가 추천한 <누하의 숲>을 방문하기로 했다.


┃ 일본식 가정요리집 <누하의 숲>

비 예보에도 불구하고 햇빛이 쨍하니 맑았던 어느 토요일, 오전 11시에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h를 만나 통인시장 뒤쪽 방향으로 향했다.

11시 반 오픈이라는 가게 앞에는 이미 가게 규모에 비해 꽤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가게 출입문 우측에 놓여있는 리스트에 이름과 인원수, 주문할 메뉴를 적어두고 다른 사람들처럼 앞에 놓여있는 아기자기한 벤치에 앉았다.



▶ <누하의 숲> 런치메뉴는 A. 치킨남방정식, 그리고 매월 제철 재료를 이용하는 B 메뉴가 있다.


곧 가게에 도착한 주인분 내외로 보이는 분들이 식재료가 든 박스를 품에 안고 가게로 들어가고, 밀집모자를 쓴 남편분이 나와 웨이팅리스트를 체크해주신다. (다시 생각해보면 남편분이 묘하게 배우 조정석을 닮으신 것 같기도…….)

<누하의 숲>에 왔다니까 당장 씻고 달려 나오겠다는 sis까지 고려를 하니 셋이 앉을 수 있는 4인석은 12시 10분쯤이면 넉넉하게 앉을 수 있을 거라고 미리 얘기해주신 덕에 h와 한적한 서촌길 산책을 했다.

그리고 안내 받은 시간이 되어 다시 가게 앞으로 가 곧 자리를 안내 받고 입장.




▶ 처음 방문한 손님들에겐 <누하의 숲>에서 조금 더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안내 팜플렛을 보여주신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잔에 담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주인분이 주신 <누하의 숲> 안내판을 읽다 보니 금세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 <누하의 숲> 간판 메뉴 ‘치킨남방정식’ (12,000원)


우리 셋이 주문한 것은 sis가 강력 추천한 <누하의 숲> 간판메뉴인 치킨남방정식이었다.

그 날의 치킨남방정식은 빵가루를 입히지 않아 담백한 치킨돈까스, 톳을 넣고 약하게 간을 하여 지은 톳밥, 미소시루(된장국), 오이 등으로 만든 쯔케모노(야채절임), 망고와 오렌지로 만든 젤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시즌마다 제철채소를 이용한다는 말답게 샐러드는 가게 오픈 전에 주인 내외분이 들고 들어가시던 신선한 꽃상추에 일본식 드레싱을 곁들였다.



메뉴 하나에 500kcal를 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치킨의 가볍고 부드러운 식감과 레몬즙에 재운 듯 살짝 새콤한 맛이 오랜만에 칰느님 외의 닭을 ‘영접’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조미된 으깬 감자를 조금 덜어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사이사이 텁텁해질 법한 느낌도 사라지게 한다.

메인 메뉴 외에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톳밥에 쯔케모노 한 조각을 꼭꼭 씹다가 미소시루 한 모금을 마시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한 끼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쇼유(일본간장)를 쓰기 때문에 조금 짜게 느껴질 수 있다는 안내문을 읽었지만, 미소시루나 쯔케모노, 샐러드 드레싱이 딱 감칠맛 난다고 느껴질 정도로 적당했다.

식사의 끝을 마무리하기 위해 주저없이 입 안에 떠 넣은 젤리는 설탕을 안 쓴다는 말 답게 재료의 맛에 충실하다.



▶ <누하의 숲>의 모든 요리는 부인인 야마코상이 담당해주고 계신다고 한다.



▶ 가게 앞에는 오가닉화장품을 파는 코너도 준비되어 있다.


일본 규슈 지방의 미야자키현에서 시작됐다는 치킨남방. 오래 전 미야자키의 낭고손에서 수 년간 사셨던 막내이모는 사진을 보더니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은 일본이 아닌 또 다른 이국에 계신 이모가 돌아오시는 날, 나 또한 서촌집으로 돌아가 다시 치킨남방정식을 주문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산책 | 누하의 숲 (ヌハの森)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 42 (Tel. 02-733-5632)
Open 11:30AM-10:00PM (Break time 3-6PM / 매주 월, 화 정기휴무)
자세한 정보는 누하의 숲 트위터(@nuhamori)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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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myahiko.tistory.com 무량수won 2014.11.05 17:00 신고    

    일본 가정식이라... 왠지 좀 땡기네요. ^^ 안내 문구를 따로 적어두어 읽어보고 먹게 하는 것도 괜찮고... 근데 안내판을 묶은 것은 혹시... 머리카락인건가요??? 머리카락이 아니라고 해도 뭔가 좀 이상해보이네요. 실제로는 운치있게 보이려나요?

    • Favicon of http://yiuu.tistory.com yiuu 2014.11.11 14:50 신고  

      (답글을 달지 않는 게 규칙이었던 거 같은데 안 달 수가 없는 댓글이네요ㅎㅎ) 안내판을 묶은 건 고동색 실이었는데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옥수수수염처럼 나풀나풀해졌더라구요. 톤이 어두워서 그런지 언뜻 머리카락처럼 보이기도 하네요^_^; 메뉴판에 글자 읽기에 바빴지 디테일은 무량수won님의 말씀에 이제서야 역으로 곱씹고 있답니다ㅎㅎ

  • Favicon of http://myahiko.tistory.com 무량수won 2014.11.11 15:49 신고    

    답글을 달지 않는게 아니라... 답례로 오는 방문을 하지 않는게 규칙이었어요. ^^;; 답방문을 자꾸 하게 되면 서로가 불편해질 가능성이 높아져서요. 답방에 대한 의무감에 대한 부담감이랄까?? ^^;;

    그나저나 그냥 실이었군요. ㅋㅋ

    • Favicon of http://yiuu.tistory.com yiuu 2014.11.11 19:31 신고  

      으앗 제가 잘못 알고 있었군요! 늦게서야 답글을 보고 신이 나서 깨춤을 추고서도 답글을 달면 안되는 줄 알고 끙끙 앓았는데ㅋㅋㅋ 들려주셔서 감사해요!